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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와 파스타

by 팔딴 2023. 6. 7.

이탈리아와 파스타

패션, 그리고 요리. 이탈리아 요리는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상징과도 같은 요리가 바로 '파스타'입니다. 많은 이탈리안인에게 파스타는 음식 그 이상이죠. 삶의 일부이고, 문화적 자부심이기도 합니다. 이탈리아와 파스타, 이 둘은 왜 이렇게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되었을까요?

 

파스타의 탄생

현대의 라자냐
고대 로마인들이 먹던 '라가눔(laganum)'이 라자냐로 발전된 것으로 추측된다.

파스타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은 고대 로마인들이 먹던 '라가눔(laganum)'을 그 시작점으로 삼습니다. 기원전 8세기 무렵 그리스인들이 먹었던 '라가논(laganon)'이 이탈리아 반도에 있던 그리스 식민지로 전해져 '라가눔'이 되었고 훗날 로마인들이 받아들여 '라자냐'로 발전했다는 것인데요. 하지만 로마의 라자냐가 현대의 것과 얼마나 비슷한지에 대해선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고대의 라가눔은 반죽을 굽거나 튀겨서 파스타보다는 오히려 빵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물론 파스타가 '반죽'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만큼 넓게 보면 이것도 파스타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아는 형태는 아니죠. 끓는 물에 삶는 파스타가 고대 이탈리아에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다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늦어도 12세기에는 있었다는 것인데요. 476년 서로 제국이 멸망한 이후 이탈리아 반도는 여러 계파의 게르만인들과 그리스계가 주축이 된 동로마 제국의 각축장으로 변했습니다. 9세기에는 세력을 확장한 아랍인들이 동로마로부터 시칠리아 섬을 빼앗죠. 많은 학자들은 이 점령을 계기로 파스타를 끓는 물에 삶는 문화가 이탈리아에 전해졌다고 봅니다. 이트리온(itrion, 그리스), 이트린(itreen, 시리아), dlxmfldna(itrium, 팔레스타인), 이트리야(itriya, 아랍) 등으로 불리던 음식이 오래전부터 동지중해 일대에는 널리 퍼져 있었는데요. 이 음식은 밀가루 반죽을 길고 가느다랗게 자른 뒤, 각각의 반죽들을 손바닥으로 가능한 한 얇게 굴린 면이었습니다. 이걸 햇볕 아래에서 건조해 장기간 저장해 뒀다가 먹을 때는 끓는 물에 넣어서 삶았죠. 때문에 오늘날 '스파게티'의 원형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아랍어로는 '이트리야'라고 불렸던 이 음식이 9세기에 아랍인들과 함께 시칠리아로 건너갔던 겁니다. 12세기 무렵 아랍인 지리학자 알이드리시는 시칠리아의 도시 트라비아에 이트리야 산업이 매우 번성했다고 전합니다. 그리고 이 트라비아로부터 이트리야를 수입했던 주요 고객 중 하나가 바로 제노바였죠. 제노바는 지중해에서 가장 중요한 항구 중 하나였기 때문에 오랫동안 항해를 떠나는 상인들이 많았습니다. 상인들은 배에 저장해둘 수 있는 음식을 필요로 했고 이트리야가 좋은 대안이 되어주었습니다. 이트리야가 막 전해졌을 때 이탈리아에서 이 말은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때로는 베르미첼리였고 때로는 마카로니였습니다. 그리고 마카로니는 때로 뇨키를 의미했죠. 속이 비어있는 형태를 가리킬 때조차 마카로니는 우리가 아는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가늘고 긴 형태라서 우리 눈에는 영락없는 스파게티처럼 보였죠. 그래서 옛 문헌들을 보면 마카로니를 포크로 감았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훗날 미국에서는 종종 스파게티와 혼동되기도 했고요. 조리법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였는데요. 오늘날 우리는 파스타를 소금물에 알덴테(‘치아에 닿는’ 이란 뜻의 이탈리아어 표현으로 파스타를 적절한 식감으로 익힌 상태를 가리킨다. 파스타를 삶고 난 뒤 불에서 내려 건졌을 때, 씹으면 아직 치아에 약간 단단한 식감이 느껴지는 상태다)로 삶지만 15세기 이탈리아에서는 고깃국물이나 소금물에 두 시간 동안이나 푹 삶았습니다. 그러면 부드러운 식감에 끈기가 있는 파스타가 만들어졌는데요. 이 파스타 위로 치즈가루를 뿌려서 감칠맛을 배가시켰고 상류층은 당시로서는 귀했던 후추나 설탕을 뿌려서 매운맛과 단맛을 추가하기도 했죠. 사실 프랑스 디저트 마카롱도 달콤한 파스타의 흔적입니다. 뇨키의 다른 이름이 마카로니였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마카롱은 달콤한 버전의 뇨키로부터 출발했을 것입니다. 파스타는 아직까지 좀 혼란스러운 상태였습니다. 달콤한 파스타는 좀처럼 상상이 되지 않고 반죽을 삶았다곤 하지만 지나치게 오래 삶았죠. 무엇보다, 토마토소스가 없었습니다. 파스타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 건 17세기 들어 남부로, 특히 나폴리로 확산되면서부터인데요. 이는 16세기말부터 파스타를 만드는 기계가 등장하면서 훨씬 쉽게, 훨씬 많이, 훨씬 저렴하게 파스타를 생산하는 길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당시 인구가 급증하면서 식량문제로 시름하고 있었던 나폴리로서는 파스타보다 더 확실한 해결책이 없었죠. 나폴리에서 파스타는 무엇보다 대중의 음식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곳에서 파스타는 영혼의 단짝을 만납니다. 바로 토마토소스입니다. 17세기 나폴리는 나폴리왕국의 수도였고 나폴리왕국은 스페인제국의 속국이었습니다. 스페인은 16세기부터 라틴아메리카에 식민지를 건설한 그곳에서 자생하던 토마토나 감자, 고추 같은 작물을 본국으로 들여왔는데요. 덕분에 스페인의 요리사들은 이 작물들을 이용한 레시피 개발에 가장 먼저 뛰어들 수 있었고 스페인과 정치적으로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었던 나폴리 또한 이탈리아의 다른 지역들보다 먼저 토마토소스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17세기 나폴리에서 토마토소스는 피자뿐 아니라 파스타와도 의미심장한 시선을 주고받았습니다. 18세기 나폴리 거리를 가득 메웠던 마카로니 노점상들은 커다란 냄비에 마카로니를 알덴테로 삶아 꺼냈고 그 위에 치즈 가루와 토마토소스를 담아 내놨습니다. 물론 보통은 치즈가루만을 올렸습니다. 토마토소스까지 얹어서 먹는 사람들은 좀 더 여유가 있는 이들이었죠. 이렇듯 서로를 향한 탐색을 이어나갔던 마카로니와 토마토소스는 18세기말에 이르러 완벽한 짝을 이룹니다. 시칠리아에서 태어나 제노바에서 자라났던 파스타가 이곳 나폴리에서 우리가 아는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언어로 묶이다.

마카로니
만자마케로니는 '마카로니를 먹는 사람들'이라는 뜻입니다.

만자마케로니. '마카로니를 먹는 사람들'이라는 뜻입니다. 맨 처음 만자마케로니로 불렸던 이들은 시칠리아인이었습니다. 12세기에 파스타 산업을 가장 먼저 발전시켰던 지역이죠. 그런데 18세기에 이 별명은 나폴리인의 것이 됩니다. 이 새로운 만자마케로니들은 면을 알덴테로 삶는 취향을 발전시키고 토마토소스를 파스타의 짝으로 만드는 등 몇가지 도양을 이뤄냈죠. 어쩌면 '스파게티'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만들어낸 곳도 나폴리일지 모릅니다. 문헌상 확인할 수 있는 '스파게티'라는 단어가 나폴리의 시인 안토니오 비비아니의 시에 처음으로 등장하기 때문이죠. 이후 이 단어는 19세기말까지 베르미첼리를 대체해 나갔습니다. 스파게티가 베르미첼리를 대체하던 바로 그때 만자마케로니 역시 나폴리를 넘어 이탈리아 전체를 포괄하는 말로 거듭나고 있었습니다. "마카로니는 아직 안 익었습니다만 오렌지는 벌써 우리의 테이블에 올라와 있습니다"라는 이 말을 한 사람은 1860년도에 사르데냐 왕국의 수상이었던 카보우르였습니다. 시칠리아는 정복했지만 나폴리는 아직 아니라는 뜻인데요. 하지만 마카로니가 익기까지도 그래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죠. 1861년 사르데냐 왕국은 이탈리아 왕국으로 이름을 바꾸고 1870년까지 숙원이었던 통일사업을 완수합니다. 이와 함께 나폴리의 파스타 문화 역시 나폴리에 머물지 않고 이탈리아 전역으로 널리 퍼지게 되죠. 통일 이후 이탈리아가 가장 주력했던 프로젝트는 각각의 지역 정체성을 극복하고 하나의 '이탈리아인'을 만들어내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토스카나 지역의 언어를 중심으로 다른 지역의 언어를 흡수하여 '이탈리어어'라고 부를 수 있는 언어를 만들어냈는데요. 이와 함께 사람들에게 '이탈리아'라는 정체성을 심어주었던 것이 바로 '파스타'였습니다. 그리고 언어의 표준이 '르네상스의 중심'인 피렌체가 있는 토스카나였다면 파스타의 표준은 나폴리가 있는 캄파니아였죠. 16세기말 나폴리에 도입되었던 파스타 만드는 기계는 개량의 개량을 거듭하여 이즈음 전기를 이용하는 것으로 발전해 있었고 이를 통해 마카로니와 스파게티를 대량생산함으로써 파스타를 나폴리 대중의 음식을 넘어 이탈리아 대중의 음식으로 만들었습니다. 나폴리의 토마토소스 역시 대표성을 획득하며 다른 지역의 파스타들과 잘 어울렸습니다. 사실상 외국어에 가까웠던 각 지역의 언어를 토스카나어가 덮었듯 지역마다 천차만별인 파스타를 토마토소스가 덮었던 것입니다. 20세기가 지나는 동안 많은 이탈리아인들이 매일 점심 파스타를 먹었고 그중에서도 토마토소스 스파게티가 가장 자주 식탁에 올랐죠. '이탈리아'라는 국가정체성이 아직 모호하던 시절, 그건 '이탈리아'라는 정체성을 구현한 구체적인 맛과 질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파스타는 이탈리아의 국민음식이 되었습니다. '파스타'라는 용어는 이탈리아어, 특히 '반죽' 또는 '페이스트'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파스타'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그 단어 자체는 반죽이나 반죽으로 만든 음식의 한 종류를 가리키는 라틴어 'pasta'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음식으로서의 파스타는 수세기 동안 소비되어 왔으며 이탈리아 요리에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고대 에트루리아와 로마인들은 밀가루와 물로 만든 파스타의 한 종류를 그들이 모양을 만들고 요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세 시대가 되어서야 "파스타"라는 용어가 이러한 종류의 음식을 묘사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요약하자면, 파스타는 이탈리아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파스타라고 불리는데, '파스타'라는 단어는 음식을 만드는 데 사용된 반죽이나 반죽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용어는 널리 사용되었고 이 인기 있는 요리 주식을 지칭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채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