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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음식. 이야기.

by 팔딴 2023. 6. 2.

흥미로운 음식 이름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에는 고유의 이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음식들은 오랜 시간 동안 그 표현들이 다듬어지고 정제되면서 오늘날에 대중적으로 통용되는 이름이 되었죠. 많은 음식이름의 유래와 의미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참 재미있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름이란 짓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의미의 단어들이 합쳐지고 변형되고 배열순서를 바꾸면서 발전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역사적 사실들과 재미있는 배경들이 숨어 있거든요.

 

음식이름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케첩(ketchup)을 예로 들어보죠. 케첩의 첫음절인 '케(ke)'는 광둥어로 '토마토'를 가리키는 단어의 일부라는 것, 그리고 후반부 음절인 '첩(tchup)'은 광둥어에서 '소스'에 해당되는 단어와 동일하다는 설이 있습니다. 내가 아는 일부 홍콩 사람들은 케첩이라는 단어를 중국어로 굳게 믿는 친구들도 있더군요. 아마도 오늘날 케첩과 원래 케첩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케첩은 원래 중국의 푸젠성에서 쓰던 발효된 생선 소스였다고 합니다. 14세기에서 18세기 사이 동남아시아 전역의 항구에 정착한 중국 상인들이 중국식 생선 발효법을 퍼뜨린 것이죠. 그들은 각지에서 잡히는 생선으로 베트남의 생선 소스인 느억맘(nuoc mam) 같은 음식을 만들었고, 메주콩을 발효시켜 간장을 담갔으며, 쌀을 발효시켜 누룩을 빚고, 당밀과 종려사탕을 발효시키고 증류하여 럼의 선조라 할만한 아라(arrack)를 제조했다고 합니다. 아락은 럼(rum)이나 진(gin)이 만들어지기 훨씬 오래전에 여러 지역에서 널리 만들어진 최초의 증류주였습니다. 1650년경 비단, 도자기, 차를 사러 이 지역에 온 영국이나 네덜란드 상인과 뱃사람들은 아락을 잔뜩 사들여서 세계 최초의 칵테일(펀치)을 만들어 해군에게 팔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독특한 풍미를 자아내는 젓갈의 맛도 좋아하게 되었죠. 무역상들은 케첩을 유럽에 갖고 돌아갔으며, 그 뒤 400년 동안 이 음식은 서양인들의 취향에 맞게 변신을 거듭한 끝에 그 원래 재료인 발효생선은 쓰이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초기의 조리법에서 생선이 빠지고 대신 영국산 버섯이 들어갔으며, 호두가 쓰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19세기 무렵 영국에서 쓰이던 케첩 조리법은 여러 가지였는데, 결국 토마토를 더한 것이 가장 큰 인기를 끌었고, 미국으로 건너와서는 거기에 설탕이 추가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설탕이 더 많이 추가되고, 이 버전이 드디어 미국의 국민양념으로 등극했으며, 그런 다음 홍콩과 세계 전역을 수출되었습니다. 케첩이 거쳐 온 역사적 발자취는 우리가 일상에서 먹는 음식이 동양과 서양을 거쳐 어떻게 세계인이 사랑하는 양념이 되었는지 보여주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케첩이란 이름의 역사

사실 이러한 재미 있는 배경과 이야기는 케첩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매커룬(macaroons), 마카롱(macarons), 마카로니(macaroni)는 모두 같은 선조인 달콤한 가루반죽 음식에서 유래했습니다. 소금과 얼음을 섞은 양동이에 크림이나 과일즙이 담긴 통에 넣어 소르베(sorbet)나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먹었죠. 그것들이 현대에 우리가 즐겨 마시는 코카콜라나 펩시콜라가 된, 의학적 효능이 있는 시럽에 어떻게 연결될까요? 이 질문은 셔벗(sherbet), 소르베(sorbet), 시럽(syrup)이라는 단어에 음료 또는 시럽이라는 의미를 지닌 아랍어 단어에서 내려왔다는 역사적 유래가 있습니다. 멕시코가 원산인 터키(turkey)라는 조류, 즉 칠면조가 어떤 이유로 지중해 동부에 있는 무슬림 민주국가의 이름을 따왔을까요? 그것은 15, 16세기 포르투갈인들의 광신적 비밀주의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해외에서 찾아낸 금과 향신료와 이국적인 조류의 원천을 다른 나라가 찾지 못하게 막으려 했는 그런 노력의 와중에서 토키라는 이름이 맘루크인들(mamluks)이 수입하던 전혀 엉뚱한 새와 혼동된 것이라고 합니다. 

 

음식의 이름에는 인간의 욕구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왜 식사가 끝난 뒤에 달콤한 걸 먹고 싶어 할까요? 그런 갈망이 워낙 심하다 보니 원래는 자신들의 언어에 '디저트(desert)'라는 말 자체가 없는 중국인들도 미국 내의 중국 음식점에서는 나름대로의 식후 과자를 내놓게 되었습니다. 포춘 쿠키(fortune cookie)처럼요. 음식의 언어는 문명화와 인간 사이의 상호연관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그런 상호연관성은 흔히 생각하듯 최근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수백 년 전 또는 수천 년 전에 일어난 일이며,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즉, 뭔가 먹기 좋은 것을 찾겠다는 욕구에 따라 한데 모인 것입니다. 음식의 언어는 과거를 향한 어원학적 단서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가 음식에 대해 이야기할 때 쓰는 말은 현재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해독할 수 있는 일종의 코드 같은 것입니다. 음식의 언어는 인간의 심리에 대해서도, 우리가 누구인가에 대해서도, 인간의 지각과 감정의 본성부터 타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관련한 사회심리학까지도 말해줍니다. 레스토랑이나 맥주에 관한 온라인 리뷰를 몇백만 건씩 조사하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우리는 폴리애나 효과의 증거를 발견합니다. 즉 인간 본성은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쪽으로 기우는 성향이 강하다는 심리학적 주장에 대한 증거를 찾는 것이죠. 예컨대 좋은 음식을 성적 쾌락에 비유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언어는 음식을 담는 그릇입니다.

우리가 식당에서 메뉴에 적힌 요리의 설명을 읽을 때마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온갖 종류의 잠재적인 언어학적 힌트들입니다. 우리가 부와 사회적 계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려주는 힌트, 우리 사회가 음식을 어떻게 보는지, 심지어 레스토랑 영업자라면 우리에게 절대 알려지기를 원치 않을 그런 종류의 힌트까지도 나와 있을지도 모르죠. 가령, 값비싼 레스토랑에서 메뉴에 나오는 단어는 저렴한 레스토랑 메뉴의 단어보다 평균적으로 절반쯤 더 길다고 합니다. 디카페인(decaffeinated)을 디카프(decaf)로, 안주(accompanients)를 사이드(sides)로 표기하는 것처럼요. 그러므로 근사한 단어는 우리가 근사한 레스토랑에 있다는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음식을 설명하는 데 근사한 단어를 쓴다는 사실이 말해주는 것은 좀 더 구체적입니다. 그 요리의 실제 가격이 얼마인지를 알려준다는 것입니다. 외국에 유명하고 값비싼 레스토랑 중에는 손님들에게 메뉴를 주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주지 않는 건 아닙니다. 세심한 직원은 예쁘게 프린트된 요리 목록('송어알, 성게, 엉겅퀴, 갓....')을 줍니다. 단순한 소모성 메뉴가 아니라 귀가한 뒤 손님이 먹은 음식에 대한 기억과 기념을 위해 이메일로 주는 곳도 있죠. 미슐랭 별표가 붙은 훌륭한 레스토랑들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어디서든 고급 레스토랑들은 점점 더 '블라인드(blind)' 메뉴를 내놓는 추세입니다. 그런 곳에는 식탁 위에 접시가 놓일 때까지 각 코스에서 어떤 음식을 먹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식비를 더 많이 지불할수록 선택권은 더 줄어드는 모양입니다. 이제는 음식은 음식마다 개성과 차별성을 표출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언어를 활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음식의 선택적 소비에 활력을 가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