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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을 언제부터 먹었을까?

by 팔딴 2023. 6. 19.

땀이 펄펄 나는 무더운 여름날이면 사람들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이 있을 겁니다. 바로 아이스크림입니다. 물론 아이스크림 이외에도 세상에는 갈증을 푸는 다양한 음료와 음식들이 있죠. 그럼에도 아이스크림은 우리의 무더위를 날려주는 매력적인 간식입니다. 세상에는 정말 무수히 많은, 다양한 아이스크림들이 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고전적인 조합, 바로 아래와 같은 모양일 텐데요.

아이스크림

원뿔 모양의 콘 위에 아이스크림 한 덩이를 올린 이 조합, 과연 어떤 과정을 통해 완성된 것일까요?

 

1. 아이스크림의 탄생

소르베토

냉장시설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에는 여름에 차가운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겨울철에 강이 얼면 얼음을 깨서 보관하거나 높은 산에서 눈을 가져온 뒤 저장해뒀죠. 이 얼음으로 음식을 차갑게 식혀서 먹었는데요. 어쩌면 최초의 아이스크림을 먹은 사람들은 중국인일지도 모릅니다. 7세기 중국에는 '쑤산'이라 불리던 음식이 있었습니다. 바닥에 얼음을 깔고 크림이나 버터를 산처럼 쌓아 올렸다고 해서 쑤산이라고 했죠. 이렇게 하면 얼음의 온도 때문에 고체도, 액체도 아닌 상태의 음식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이 음식은 오늘날 우리가 먹는 아이스크림의 기원은 아닙니다. 아이스크림의 직접적인 기원은 중세 아라비아와 페르시아에서 먹던 음료 '샤르바트'로부터 출발했습니다. 체리나 석류처럼 새콤한 맛이 나는 과즙으로 맛을 냈고 얼음을 넣어 차갑게 식혀먹던 음료였는데요. 16세기에 이슬람 세계의 패권을 차지한 터키인들은 이 샤르바트를 받아들였고 자기들 언어로 셰르베트라고 발음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이 셰르베트는 멀리 유럽으로 전해져 이탈리아의 '소르베토', 프랑스의 '소르베', 영국의 '셔벗'이 되었죠. 오늘날 이들은 얼린 디저트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는 모두 터키(현 튀르키예) 스타일의 음료였습니다. 하지만 16세기 중반 나폴리의 과학자 델라 포르타는 차가운 눈(snow)과 질산칼륨을 섞은 양동이에 와인이 든 유리병을 담그면 와인이 순식간에 얼어붙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발견은 빠르게 실생활에 응용되었고 소르베토를 음료가 아닌 얼린 디저트로 변신시키는 계기가 되었죠. 소르베와 셔벗도 곧 그 뒤를 이어 발전했습니다. 이 얼린 디저트들은 17세기 유럽 귀족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는데요. 귀족들이 즐기게 되면서부터 얼린 디저트는 다양한 스타일로 개발되고 발전되기 시작했고, 그중에서도 17세기 중반 나폴리의 안토니오 라티니라는 사람 이 얼린 디저트, 즉 소르베토에 우유를 넣어서 먹는 아이디어를 착안합니다. 그는 우유에 설탕을 넣고 일정 시간 가열한 뒤 냉동제 안에 넣어서 얼렸고 이것을 밀크 소르베토라고 했습니다.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최초의 아이스크림이었습니다.

 

2. 먹을 수 있는 컵

하지만 아이스크림과 콘이 만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했는데요. 처음에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담아 먹었던 용기는 길쭉하게 생긴 유리컵이었습니다. 컵은 어떻게 콘이 되었을까요? 19세기에 이탈리아는 통일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랜 분열을 끝내자는 운동은 아이러니하게도 끊임없는 전쟁을 낳았고 때문에 혼란을 피해 외국으로 이주하는 사람들도 많았죠. 가난한 이탈리아계 이민자가 타지에서 할 수 있는 직업은 많지 않았습니다. 일부는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싼 아이스크림을 팔곤 했는데요. 영국인은 이들을 '호키포키 맨'이라고 불렸습니다. 왜 '호키포키'인지는 정확히 밝혀진 건 없지만 '싸다 싸'라는 의미의 이탈리아어 '오 케 포코(o, che pocco)'에서 왔다고 추정하기도 합니다. 싼 가격을 강조하면서 외치던 말이 호키포키로 와전되었다는 거죠. 호키포키 맨도 아이스크림을 유리컵에 담아 건넸는데요. 하지만 호키포키 맨은 이 컵을 대로 설거지도 하지 않은 채 끊임없이 재사용했기 때문에 비위생적인 걸로 악명이 높았죠. 때문에 19세기말이 되면 와플을 컵 모양으로 구워 아이스크림 용기로 이용하는 방법이 서서히 떠올랐습니다. 이 혁신에는 두 명의 주인공이 있었는데요. 영국 맨체스터에 살던 안토니오 발보나와 미국 뉴욕에 살던 프랭크 마르키오니였죠. 이들은 각각 1901년과 1903년 컵 모양의 와플을 만드는 기계를 발명하고 각의 나라에서 특허를 얻습니다. 비위생적인 유리컵을 대체할 먹을 수 있는 형태의 용기가 등장한 겁니다.

 

3. 와플 코르누코피아

세인트루이스 세계박람회

유리컵대신 콘 모양의 와플이 아이스크림의 대세로 떠오른 건 1904년 세인트루이스 세계박람회에서였습니다. 당시 박람회장에는 수천 명의 관람객이 몰려들었는데요. 때문에 이들에게는 돌아다니면서 먹을 수 있는 간편한 음식이 필요했죠. 이건 그때의 박람회장을 찍은 사진입니다. 이들이 들고 있는 이것, 오늘날의 콘의 형태와 유사해 보입니다. 당시에는 이것을 코르누코피아라고 불렸는데요. 고대 그리스에서 '풍요의 상징'으로 통했던 '뿔'을 의미합니다. 아마 코르누코피아를 더 짧은 말로 줄이는 과정에서 '콘'이라는 이름이 정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어 '콘'은 원뿔이라는 뜻이죠. 코르누코피아를 누가 발명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지만 박람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코르누코피아는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본격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1910년대부터는 코르누코피아를 대체하여 콘이라는 이름이 사용되고 있었던 정황도 보입니다. 콘은 아이스크림 업계에.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공장에서 막 대량생산되기 시작했던 아이스크림이 20세기 초 급격하게 대중화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콘의 인기가 있었습니다.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콘과 부드럽고 달달한 아이스크림 이 상반된 맛과 질감은 콘과 아이스크림을 찰싹 붙여놓았습니다. 마치 처음부터 이런 조합이었던 것처럼 아이스크림이라는 음식의 상징적 비주얼이 되었죠.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 고전적인 조합은 바로 이렇게 탄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