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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시작

by 팔딴 2023. 6. 23.

아폴로8호

1968년 12월 24일, 미 항공우주국 우주선 아폴로 8호와 그 우주선에 탑승한 닐 암스트롱을 비롯한 3명의 우전비행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지구 궤도를 벗어나 달 궤도에 진입했습니다. 달의 뒷면으로 넘어간 우주선이 다시 지구를 바라보았을 때 이전의 어떤 사람도 보지 못했던 풍경이 그들 앞에 펼쳐져 있었죠. 까마득한 어둠 속 서서히 떠오르는 창백하고 푸른 행성 지구였습니다. 우주비행사 윌리엄 앤더스는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상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그리고 우리는 왜 여기에 있는가 거의 모든 문명에서 거듭해서 물었던 오랜 질문입니다. 책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대답합니다. "이 책은 그런 일이 도대체 어떻게 일어났는가에 대한 것이다."

 

길이를 측정하는 '자'가 있습니다. 자의 한칸을 1cm라고 한다면요. 이 안에는 약 1억 개의 수소원자를 일렬로 쭉 늘여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수소원자 중앙에는 원자 크기의 1만분의 1에 불과한 핵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핵보다도 10억 분의 1이나 작은 어떤 점이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직관적으로 와닿는 크기는 아니지만 엄청나게 작다는 것만은 알 수 있죠. 지금으로부터 약 137억 년 전 갓 태어난 우주의 크기였습니다. 수천억 개의 은하를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재료가 바로 이 공간 속에 똘똘 뭉쳐 있었습니다. 이후 우주는 3mm 정도까지 갑작스럽게 커졌다가 이후로는 좀 더 천천히 팽창하며 지금에 이르렀죠. 우리는 이것을 '빅 뱅'(Big Bang)이라고 부릅니다.

빅 뱅이 막 일어났을 때 우주에는 뜨거운 에너지가 가득했습니다. 에너지로부터 입자와 반입자가 쌍으로 태어났고 둘은 충돌하면 소멸해 에너지로 되돌아갔습니다. 이것을 '쌍생성', '쌍소멸'이라 합니다. 우주의 크기가 3킬로미터에 이르렀을 때 쌍생성과 쌍소멸의 균형은 깨졌습니다. 10억 번의 쌍생성과 쌍소멸이 일어날 때마다. 반입자 하나가 입자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우리는 아직 잘 모릅니다. 어쨌든 이런 일은 일어났고 9억 9999만 9999개의 입자가 반입자와 사라지는 상황에서도 두 개의 입자는 살아남았습니다. 우주가 3000억 킬로미터까지 커졌을 때 이렇게 차곡차곡 쌓인 입자들은 양성자와 중성자를 이뤘습니다. 양성자는 전자를 붙들어 수소가 되거나 다른 양성자 중성자와 결합해 헬륨이 되었죠. 극히 소량이긴 하지만 리튬도 탄생했습니다. 여기까지가 빅 뱅 이후 3분이 되었을 때 일어난 일입니다. 38만 년 뒤, 우주는 1000만 광년까지 커졌습니다. 이 광활한 공간에는 75%의 수소와 25%의 헬륨 미미한 존재감의 리튬이 골고루 퍼져 있었는데요. 하지만 완벽하게 골고루는 아니어서 어떤 구역은 다른 구역보다 밀도가 좀 더 컸습니다. 밀도가 큰 구역은 작은 구역보다 더 강한 중력이 작용해 더 많은 원자들을 끌어들였고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밀도가 큰 구역과 작은 구역의 차이는 더 벌어졌죠. 빅 뱅 이후 1억 년 밀도가 충분히 커지자 특별한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네 개의 수소 원자가 융합해 하나의 헬륨 원자로 변하면서 엄청난 양의 열과 빛을 방출했던 겁니다. 이 현상을 '핵융합'이라고 하는데요. 이 핵융합이 연달아 일어나는 고밀도의 공간을 우리는 '별'이라고 부릅니다. 별은 한평생을 불안정한 평형상태 속에서 살아갑니다. 중력은 원자들을 자꾸 안으로 잡아당기고 핵융합의 결과로 발생하는 에너지는 원자들을 자꾸 밖으로 밀어내려 하죠. 대부분의 별은 이 두 개의 힘이 균형을 이룬 상태인데 별이 연료로 사용하던 수소를 소진하고 나면 상황이 바뀝니다. 미는 힘이 사라지기 때문에 당기는 힘이 우위를 점하면서 별의 중심부가 급격하게 수축하는 겁니다. 그러면 중심부의 밀도는 더 커져서 수소뿐만 아니라 헬륨까지 합성할 수 있는 상태가 되죠. 헬륨을 연료로 삼아 탄소와 산소를 만들고 그러다 헬륨마저 소진하면 대부분의 별은 쓸쓸하게 죽음을 맞습니다. 그런데 소수의 큰 별들은 중력이 너무나 큰 나머지 또 다른 핵융합을 진행할 여력이 있습니다. 이들은 탄소와 산소를 연료로 삼아 네온, 마그네슘, 규소 등 보다 무거운 원소들을 차례차례 생산해내며 여생을 불태우고 죽기 며칠 전부터는 철을 만든 뒤 장렬히 숨을 거둡니다. 그렇게 별의 중심부가 철로 바뀌고 나면 핵융합은 멈추고 대기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가 되었다가 폭발하면서 별이 그동안 열심히 생산했던 수많은 원소들을 우주에 흩뿌리죠. 우리는 이것을 '초신성 폭발'이라고 합니다. 이 폭발 이후 별의 중심부는 더욱 수축해 아주 무거운 중성자별이 되거나 더 무거운 블랙홀이 됩니다. 빅 뱅 이후 90억 년 동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들이 이런 식으로 태어나고 죽으며 몇 세대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약 46억 년 전 어느 날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곳 근처에서도 이름모를 별 하나가 쓸쓸한 죽음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이 별이 죽으면서 우주 공간에 흩뿌린 잔해들 중 대부분은 다시 뭉쳐서 새로운 별이 되었죠. 우리는 매일 아침 이 별을 만납니다.

바로 '태양'입니다. 그리고 별의 잔해들 중 남은 것들은 각각 뭉쳐서 몇 개의 행성들을 이뤘습니다. 그런데 이중 한 행성은 태양으로부터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아서 생명을 잉태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우리는 이 행성을 '지구'부릅니다. 약 45억 년 전 지구가 막 태어났을 때만 해도 이곳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공간이었습니다. 바다는 펄펄 끓었고. 그 위로는 암모니아나 메탄 같은 매캐한 가스가 가득했죠 이곳에서 물 분자는 암모니아, 메탄과 만나 몇 종류의 아미노산을 형성했고 원시 지구의 바다를 부유하던 아미노산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서로 연결에 연결을 거듭 보다 복잡한 단백질이 되었습니다. 약 40억 년 전 이 단백질들 중 하나가 특별한 일을 했습니다. 스스로 갈라져서 후손을 만들어낸 겁니다. 생물학자들은 이것을 대탄생 '빅 버스'(Big Birth)라고 부릅니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오늘날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바로 이 단 한 번의 복제로부터 출발했습니다. '세상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우리는 왜 여기에 있는가',이 두 개의 질문은 그러니까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모든 생물은 단백질 어머니로부터 비롯되었고 단백질 어머니는 과거에 죽은 어느 별의 잔해에서 비롯되었으며 그 별은 결국 태초의 빅 뱅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여러분은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유심히 바라본 적이 있나요? 지금 여기에 있는 우리는 모두 저기서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