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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치명적 유혹!

by 팔딴 2023. 7. 6.

여러분은 고양이 좋아하시나요? 많은 사람들이 아주 오래전부터 고양이를 좋아했습니다. 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체스를 두거나, 화장을 할 때도 말이죠. 사람이 있는 거의 모든 곳에는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고양이들은 현실 공간뿐 아니라 온라인 공간까지 점령해서요. 몇몇 집사들은 SNS 스타가 된 고양이 덕분에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왜 고양이를 좋아할까요? 그리고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매혹시켰을까요? 책 《캣센스》는 말합니다. '고양이란 도대체 어떤 녀석일까? 고양이는 늘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1. 생쥐 사냥

아프리카 들고양이

오늘날 모든 집고양이들의 야생 조상인 아프리카들고양이(felis silvestris lybica) 이들이 인간과 관계를 맺었다는 가장 오래된 증거 중 하나는 약 9500년 전 키프로스 섬의 실로우로캄보스에서 발견됩니다. 이곳의 한 무덤에는 어떤 남자와 함께 새끼고양이가 묻혀 있었죠. 무덤의 주인이 살았던 시대보다 약 1천 년 전인, 1만 1천 년 전 이곳 레반트 지역 사람들이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수확한 곡물을 저장할 창고를 건설했습니다. 그리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던 생쥐 같은 설치류들은 바로 그곳이 그들의 파라다이스임을 알았죠. 곡물창고가 이내 설치류들로 들끓게 되자 이제 설치류를 막는 것은 농부들의 중요한 임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의외의 곳에서 구원자가 나타났습니다. 야생에서 생쥐를 잡아먹으며 살았던 아프리카들고양이들이 곡물창고에 주목하기 시작했던 겁니다. 고양이는 사람들 근처를 맴돌며 생쥐를 사냥할 기회를 엿봤고 사람들은 그런 고양이가 얼마나 유용한 존재인지를 깨달았습니다. 고양이와 인간의 유대관계는 아마도 이렇게 시작된 것으로 여겨집니다.

 

2. 얼굴 천재

귀여운 고양이 얼굴

하지만 우리가 고양이에게 느끼는 감정은 그저 실용적인 고마움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닙니다. 어쩌면 너무나도 매혹적인 얼굴이 생각보다 큰 역할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고양이와 인간이 동일한 조상을 공유했던 건 약 9200만 년 전 그런데도 고양이는 이상할 정도로 우리와 닮았습니다. 특히, 아기들을요 여러분은 이 얼굴들 중 어느 것이 더 귀엽게 느껴지나요? 대부분 오른쪽에 있는 얼굴들을 고를 겁니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베이비 스키마(baby schema)에 해당하는 요소들이 강해지거든요. 베이비 스키마란 동그란 얼굴이나 통통한 볼, 넓은 이마, 큰 눈, 작은 코처럼 아기의 전형적인 특징으로 여겨지는 외모적 요소들을 말하는데요. 성인 인간들은 이 베이비 스키마를 보면 호르몬이 분비되어 대상을 보호하려는 충동을 갖게 되죠. 우리는 이 충동을 세글자로 표현하곤 합니다. '귀엽다' 그런데 고양이의 얼굴 또한 그렇습니다. 머리는 둥글고 이마는 넓고, 눈은 크고, 코는 작죠. 이 모든 것들은 우리가 고양이 얼굴을 귀엽다고 인식하도록 만듭니다. 본래 귀여움은 성인 인간이 아기 인간을 보호하도록 하는 충동이지만 우리 뇌는 고양이를 볼 때에도 아기와 비슷하게 인식하는 겁니다. 따라서 고양이 같은 귀여운 외모의 동물을 기르는 것은 '양육 본능의 오발'이라고 말해지기도 하죠. 더 놀라운 것은 따로 있는데요. 고양이의 귀여움은 개의 귀여움과 달리 우리와 함께 살면서 종자개량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고양이는 우리에게 처음 다가왔던 그 순간부터 귀여웠죠. 때문에 우리 또한 이 낯선 침입자에게 고마움을 느끼기 이전부터 어떤 호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기를 가질 수 있는 나이대의 여성들에겐, 특히요.

 

3. 살가운 행동

하지만 고양이가 아무리 귀엽다고 해도 그 행동까지 속속들이 귀여웠던 것은 아닙니다. 본래 고양이는 영역동물입니다. 자신이 사는 영역 안의 동물들을 사냥해서 먹고 살기 때문에 다른 경쟁자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죠. 영역을 너무 많이 침범할 경우 공격 태세를 갖추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류가 곡물창고를 발명한 이후 많은 고양이가 생쥐를 사냥하기 위해 곡물창고 근처로 몰려들면서 고양이들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함께 사는 법을 배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회화의 연장선상에서 고양이는 사람들과도 다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었죠. 그것은 우리가 고양이에게 결정적으로 매료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안 그래도 귀여운 녀석이 살가운 행동까지 하니 도저히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오늘날 많은 고양이들이 자기 주인을 핥거나 몸을 비비면서 애정을 드러냅니다. 그것은 고양이들이 다른 고양이에게 보이는 애정 표현과 근본적으로 같죠. 사냥하는 동물에서 교감하는 동물로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고대 이집트의 그림들인데요. 약 3400년 전 그림에서 고양이는 갈대밭에서 사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약 3300년 전에서 3200년 전 그림에서는 고양이가 실내에서 여자의 의자 밑에 앉아 있거나 남자의 무릎 위에 앉아 있죠. 이제 사람들의 동반자가 된 고양이는 사람들이 이동하는 곳을 따라 걸었습니다. 약 3200년 전 지중해를 누볐던 페니키아 상인들은 지중해 곳곳에 고양이를 흩뿌려놓았고 이집트와 인도, 인도네시아를 연결하는 해로와 로마와 한을 연결하는 육로가 열리면서 더 넓은 세계가 고양이와 사랑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고양이가 동아시아로 전해진 시기는 확실치 않지만 혹자는 한의 장건이 혹자는 당의 삼장법사가 서역으로부터 들여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리고 고양이는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10세기 이전까지 발해와 신라, 일본으로 전해져 이 지역에서도 수많은 고양이 덕후들을 양산했죠.

 

4. 우아함과 빙구미 사이

물론 모든 사람들이 고양이를 환영했던 것은 아닙니다.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공포증을 가진 사람들은 언제나 일정 비율로 존재했고 13세기 유럽에서는 고양이를 악마화한 나머지 집단적으로 박해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고양이에게 불쾌한 감정을 갖는 것은요. 귀엽기만 한 줄 알았던 고양이의 얼굴이 다른 한편으로 보면 무시무시한 얼굴을 연상시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호랑이나 사자, 표범 같은 고양이과 동물들이요. 이것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동굴에서 발견된 호모속의 두개골입니다. 이 두개골에는 표범의 송곳니와 정확하게 들어맞는 구멍이 두 개가 나 있죠.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큰고양이들의 먹잇감이었습니다. 때문에 우리의 마음 속에는 저들에 대한 두려움이 있고 우리에게는 위협이 되지 않는 고양이에게서도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곤 합니다. 깨물어주고 싶게 귀여우면서도 접할 수 없는 어떤 아우라, 어떤 우아함을 느끼기도 하죠. 그것은 두렵고 긴장된 마음의 또 다른 변형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를 그토록 벌벌 떨게 했던 고양이과 동물들의 사냥행동이 외의 빙구미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고양이과 동물들은 먹잇감에 몰래 접근해서 매복했다가 불시에 덮치는 사냥 패턴을 즐겨 사용하는데요. 고양이들은 이 매복공격 패턴을 우리 집 거실에서 그대로 재현합니다. 달려들고, 달려들고, 달려들죠. 이것은 때때로 뜻하지 않은 반전을 연출하며 우리에게 웃음을 안겨주기도 하죠. 어떻게 이런 고양이를 리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1만 년 전 생쥐를 사냥하기 위해 우리 곁으로 왔던 고양이는 이제 우리 마음을 가장 잘 사냥하는 동물이 되었습니다.